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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가는 길/오늘의 한마디

겪어보지 못한 시간 앞에서 문득 허전해진다는 것. 한 사람이 있다. 나로서는 애당초 이해가 되지도 이해를 할 수도 없을 만큼 헌신적인 인생을 살아온 한 사람. 그 사람이 곧 인생의 또 한 번의 큰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자신보다는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 보내온 세월이 자신의 인생시계의 절반이 넘는 사람. 얼마나 소중했고, 지켜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랬을까. 그 마음이 감히 내가 가늠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가 아닌 건지 도무지 생각해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누군가의 세월이 나에게는 큰 감사함이자 미안함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또 한번의 큰 전환점 앞에서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단 한 번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그 긴 세월 속에 없었기에 뭘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세차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더보기
미워하는 게 나쁜 것 만은 아니다. 한 때는 친구들과 소란스럽게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항상 그렇듯, 좋은 인연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좋아하는 것만 가득한 순수한 마음에서 이젠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마음도 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내 새끼가 조금이라도 엇나갈까 걱정스러운 말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면 너만 괴로운 일"이라며 나를 다그치시는 부모님. 어린 나에게는 큰 산과 같던 부모님의 말씀에 철없던 나는 "미움"이라는 단어가 그저 나쁜 것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어느새부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던, 주던 그게 불쾌하기만 했었다. 어느 날,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맞다. 어느 누구도 굳이 미움을 주기도, 받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잊고 있던 생각 하나가.. 더보기
듣고 싶은 잔소리 가끔 한번씩 듣고 싶은 잔소리가 있다. 아무래도 그 소리가 그리운가 보다. 잔소리도 관심이라고. 누가 나한테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가 싶기도 하고. 지겹기만 하고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던 그 소리도 살다 보면 가끔은 궁금해지고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도 그리워진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있다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말이 이런 건가 보다. 사람이 외롭다 보면 별게 다 그리워진다더니 이런 건가 보다. 삶이 그런 것 같다. 싫은 것도 영원히 싫은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영원히 좋은 것도 아니지 싶다. 그래서 긴 여정을 가지는 우리의 삶이 지겹지는 않은 가 보다. 맨날 보던 것도, 먹던 것도, 입던 것도, 가던 곳도 어느 순간에는 지긋지긋하다가도 언젠가는 그리워지고, 달라 보이고, 새.. 더보기
이해가 아닌 인정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태어난 환경, 자라난 환경, 스스로 학습한 것들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아닌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맞을까? 이해는 깨달아 알고,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모든 사정을 다 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헤아려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누군가는 이해를 잘 하는 사람일 수 있겠다. 하지만 서투른 이해는 때론 오해가 되어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이해보다는 인정을 하고 싶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모든 사정을 내가 헤아리지 않더라도 피차 누군가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것은 인정으로도 할 .. 더보기
내가 잡고 있던 시간 [부제 : 멍] 가끔은 멈추는 순간이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아요 기다리던 신호 앞에서 붉은빛이 푸르게 변해도 바뀐 줄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죠 모든 감각이 아둔해져 나도 모르게 무감각 속에 나를 가두죠 가벼운 바람이 나뭇결을 쓱 지나치듯 빠르게 지나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니 텅 빈 도화지만 같아요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우두커니 서 있는 것도 정지선 앞에 멈춰 있는 것도 적막 속의 고요함도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죠 그러다 문득 나도 모르게 멈춰 선 순간이 찾아오면 붉은빛이 푸르게 변하도록 시간이 흘러도 나는 텅 빈 시간 속에 홀로 남겨져요 매일 붉게 빛나는 해도 때가 되면 질 줄 알고 매일 환하게 비추는 달도 때가 되면 질 줄 아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요 붉은 빛이 푸르게.. 더보기
벌써 가을이야?[어느덧 10월]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온도에 정신사나워지고 어수선한 요즘이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10월 뭔 놈의 시간이 이렇게 빠른지 모르겠다. 네모난 상자에 들어가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보낸 것 같은 시간들. 어제와 다른 오늘을 기대하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하며 지내볼 법도 한데 말이다. 어느덧 새로이 찾아온 시간에 대한 반가움이나 기대감은 옅어져 있다.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면 그래 봤자 가을이고, 겨울이겠지 하고 익숙함에 속아 설렘은 잊혔다. 사실,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사실, 두근 되는 찰나가 그리운 걸지도 모른다. 괜스레 무덤한 자신에 투정 부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만하면 됐다. 어설픈 투정은 그만하자.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투정은 접어두고 뫼비우스의 띠는 찢어버리자. .. 더보기
[오늘의 글] 외로움 곁에 있다가 없어지는 순간, 함께 하고 싶은데 연락할 곳이 없는 순간, 아플 때 기댈 곳이 없는 순간, 혼자 밥 먹으려니 해 먹는 것도 귀찮아지는 순간, 기쁜 일, 슬픈 일, 속상한 일, 행복한 일을 막 얘기하고 싶은데 그럴 곳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뭐 그런 시간들이 잠깐씩 스쳐갈 때마다 우린 쓱 하고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어떨 때에는 잠시 잠깐 찾아온 녀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주더니, 어느 날에는 깊은 구석에 한 자리를 틀어잡고 앉아서는 오래도록 떠나질 않는다. 이럴 때 우린 "가슴이 시리다" 하는가 보다. 그 시림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아서 나름대로 혼자서라도 바쁘게 살아서 메워보려 한다. 혼자 하는 것들이 하나둘 많아지고,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고, 그 편안함에 취해 즐거움이 생길 때 즈음.. 더보기
[오늘의 글] 멈춤 가끔은 가슴속의 모든 숨을 내뱉어도 답답함이 가시질 않아 지친 건가 싶어서 나를 되돌아봐도 답 없는 메아리일 뿐이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 마음을 비우려해도 안개에 짙어진 마음뿐이야 또각또각 초침이 움직이는 울림이 점점 귓가에 크게 소리칠수록 얽힌 실타래 같은 마음뿐이야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거친 숨을 뱉어내는 것뿐인지 말해줘 들려줘 알려줘 멈춰보라고. 그렇게 말야. 그래도 될까 불안에 하는 나에게 말야. 지금의 내가 오늘의 내가 잠시 멈춰갈 수 있도록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 틈에서 너만은 말야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줘 폭주 기관차 같은 거친 세상 속에서 너만은 말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고 말해줘 그래 줘.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슴속 깊은 한숨이 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