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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가는 길/오늘의 한마디

[오늘의 글] 외로움

곁에 있다가 없어지는 순간,

함께 하고 싶은데 연락할 곳이 없는 순간,

아플 때 기댈 곳이 없는 순간,

혼자 밥 먹으려니 해 먹는 것도 귀찮아지는 순간,

기쁜 일, 슬픈 일, 속상한 일, 행복한 일을 막 얘기하고 싶은데 그럴 곳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뭐 그런 시간들이 잠깐씩 스쳐갈 때마다

우린 쓱 하고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어떨 때에는 잠시 잠깐 찾아온 녀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주더니,

어느 날에는 깊은 구석에 한 자리를 틀어잡고 앉아서는

오래도록 떠나질 않는다.

 

이럴 때 우린 "가슴이 시리다" 하는가 보다.

그 시림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아서

나름대로 혼자서라도 바쁘게 살아서 메워보려 한다.

 

혼자 하는 것들이 하나둘 많아지고,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고,

그 편안함에 취해 즐거움이 생길 때 즈음에

꼭 이놈이 또 한 번 찾아와 시비를 건다.

 

이놈한테 지기 싫어서 아등바등 대다가

어느 날은 굳이 이렇게까지 부정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래서 이제는 가끔씩 불현듯 찾아와

쓱 지나가거나 혹은 자리 잡고 며칠 동안 머물다 가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가슴이 시리네" 하고 말고,

"가을 타나 보네" 하고 말고, 

"조금 외롭나 보지" 하고 말고

그러다 보니 이놈이 그냥 밉지만은 않아졌다.

 

이놈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방법을 찾아보았고,

이놈 덕분에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되었고,

이놈 덕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이놈 덕분에 혼자 해쳐나갈 용기가 생겨졌고,

이놈 덕분에 내가 나를 더 알아갈 시간이 생겼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더니.

되려 미운 놈이 나에게 떡 하나를 매번 주고 갔나 보다.

이젠 종종 인사하러 오는 이놈이 보이지 않는 알람시계처럼

"너 자신을 위한 시간이 왔어"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우린 때때로 잠시 나를 위한 외로움을 간직할 필요도 있다.

외로움으로도 행복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 

외로움은 그저 우리에게 잠시 소란스럽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고 싶은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