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다.
나로서는 애당초 이해가 되지도 이해를 할 수도 없을 만큼 헌신적인 인생을 살아온 한 사람.
그 사람이 곧 인생의 또 한 번의 큰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자신보다는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 보내온 세월이 자신의 인생시계의 절반이 넘는 사람.
얼마나 소중했고, 지켜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랬을까.
그 마음이 감히 내가 가늠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가 아닌 건지 도무지 생각해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누군가의 세월이 나에게는 큰 감사함이자 미안함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또 한번의 큰 전환점 앞에서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단 한 번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그 긴 세월 속에 없었기에
뭘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세차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텅 빈 공허함. 허전함을 느끼는 듯하다.
시간이 필요한 걸까? 방법을 함께 나누어 보아야 할까?
그래서 나는 오롯이 당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가시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기다린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내가 당신의 책임감이 되지 않도록 당신의 눈에 지켜야 할 게 담기지 않도록.
그저 스스로가 스스로를 담을 수 있도록 말이다.
어느 날,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찾아와 말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가지고 있던 것도 잃을 수 있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게 될 수 있다 오지랖을 떤다.
하지만 당신이 당신의 세월을 걸고 지켜주었던 존재인 우리는, 나는 얼마든지 기꺼이 하라 말한다.
그 결과가 어떠하든 어찌 되던 당신이 선택한 그 길을 응원한다.
이제는 더 이상 당신께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닌 언제든 곁에 머물며 지지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도록.
당신의 허전함이 어떤 것으로든 가득해질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공허함, 허전함이 문득 찾아올 수 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허무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멈출 필요는 없다. 굳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그 기분에 휩싸여있을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빈 접시가 생긴 건 새로운 음식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한 동안 가득 담겨 있던 누군가의 접시가 이제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맛이 있을지, 없을지, 쓸지, 달지 접시에 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지만
무엇이라도 담아내면 그래서 그 맛을 보다 보면 알지 못하던 맛도, 익숙한 맛도 그 어떤 맛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살다가 문득 찾아오는 허전함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두렵기보단 새로운 빈 접시를 무엇으로 채울지 낯설게 울리는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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